• Yoo Seungho, echowords01, Installation View, ONE AND J.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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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o Seungho, echowords24, Installation View, ONE AND J.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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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는 문자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드로잉 작가다. 작가는 한지 위에 펜으로 글씨를 쓴다. 한 단어를 작게 수없이 반복하여 쓰다 보면 화폭을 꽉 채우는 이미지가 생겨나게 되고, 한 폭의 수묵화가 탄생하게 된다. 작가는 캔버스에 붓으로 점을 찍기도 한다. 점과 점이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져 화면 전체가 하나의 스케치처럼 보이기도 하고, 빽빽하게 채워지거나 흩어진 점들은 먹의 번짐과 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점들, 글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무거운 ‘단어’의 의미들은 이미지로 변환되어 보여짐으로써 가볍게 전환되고, 가벼운 전체적인 이미지의 느낌은 세부로 시선이 옮겨지면서 빽빽한 글자들과 단어의 의미로 인해 무거움을 느끼게 된다.
그의 작업에 제목으로 등장하게 되는 글자는 언제나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와의 관계성을 띄고 있다. 예를 들어, 유승호의 초기 작품 <으-씨>는 윌렘 드 쿠닝 (Willem de Kooning)의 "여인Ⅰ"의 이미지를 빌려온 글자 그림인데, 작가는 종이에 잉크로, ‘으-씨’라는 문자를 반복하여 드 쿠닝 여인의 형상을 다시 만든다. 그는 여인의 이미지와 함께 자신이 여인을 지각한 방법을 화면 위에 흔적으로 남기고 있는 셈인데, 드 쿠닝이 그린 다소 거칠어 보이는 여인의 형상을 작가는 ‘으-씨’라는 소리로 지각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한지나 캔버스에 쓰는 글자들은 주로 의성어나 의태어들이다. “슈-” 하면서 로케트가 발사되듯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산봉우리들은 ‘슈-’ 라는 단어들로 채워지고,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먹물은 ‘주룩주룩’이라는 단어로, 그리고 “우수수수” 떨어지는 버드나무 잎은 ‘우수수수’라는 글자들로 그려진다. 소년이 서서 “쉬-”하며 오줌을 누고 있는 형상을 ‘she’ 라는 글자들을 반복하여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의성어, 의태어들로 수없이 반복되는 글쓰기(혹은 그림 그리기) 작업에서 이 말들은 작가가 산수화, 혹은 명화의 그림, 혹은 다른 이미지를 본 느낌을 중얼중얼 흉내 내는 단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원앤제이에서 보여졌던 작품들은 "몽유도원도" 같은 한국, 중국의 옛 산수화와 고구려 벽화고분의 이미지들로, 과거에 이 작품들은 일필휘지로 그려진 전통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과거의 방식과는 정반대로 고된 수작업을 통해 오랜 시간을 들여 글자-이미지 작품으로 새롭게 재탄생 시켰다. 유승호가 드 쿠닝의 여인 이미지를 가져올 때, 동양화의 산수화를 흉내낼 때, 서세옥의 "사람" 을 다시 그릴 때, 작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차용이나 패러디라기 보다는 ‘내가 지각한 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이다. 작가는 자신이 산수화 이미지를 지각한 과정을 문자화하고, 이 문자들을 다시 이미지화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을 작가는 ‘읽는 것이 곧 보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의 작업은 세 가지이다. 글씨 작업, 점 작업, 드로잉 작업. 근래에는 형상이 강한 글씨 작업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나는 형상이 강하지 않으며 드로잉적인 요소가 강한 ‘글씨’작업을 많이 한다. 즉 나는 드로잉적인 측면을 중요시한다. 드로잉적인 요소는 생각을 개발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 ‘echowords’는 ‘흉내말’, ‘시늉말’로 번역할 수 있다. 글씨 작업을 하면서, 거기에 써 있는 말들과 거기서 보이는 이미지와의 관계에 주목하고, 그런 것들 때문에 그 말이 이미지를 흉내낼 수도 있고, 이미지가 말을 흉내낼 수도 있는 것이며, 또한 이 둘의 어떤 상호작용일 수도 있는 것이다.”

김희경

유승호는 1999년에 한성대학교를 졸업하였으며 Queensland Museum의 Asia Pacific Triennale에 참여하였다. 현재 서울에 작업실을 두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