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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가브리엘 리터가 기획한 마사야 치바, 테페이 가네우지, 유키 기무라, 토키 다나카의 4인전 Sculpture by Other Mean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 콜라주, 사진, 비디오 등과 같이 기존과는 다른 매체들을 이용하여 조각 작업을 구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참여 작가 네 명의 작품들은 시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사이의 경계 지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 경계 지대는 조각을 더 이상 하나의 매체로서 구분해주지 못하는 흐릿한 경계선들에 두루 걸쳐있다. 각각의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이 택한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문제를 직면하고, 이를 대상 중심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 조각으로의 이 같은 전회는 콜라주, 회화, 사진, 비디오 등의 한계를 시험하는 동시에, 조각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두 가지 역할을 함축한다.

네 명의 작가는 서로의 작품을 하나로 묶어줄 만한 독특한 양식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대신 외부 세계를 참조하는 수단으로서 발견된 오브제와 발견된 사진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레디메이드적 요소를 순수한 시각의 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현실 공간을 충만하게 차지하는 물질적 존재감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오브제와 물질성에 대한 이 새로운 관심은 세계 일반과 의미 있는 연결고리를 맺고자 하는 작가들의 바람을 반영한다.

마사야 치바의 회화는 풍경화와 인물화라는 두 장르 사이에 위치하지만, 그의 전체적인 작업 방식은 조각과 회화 양쪽을 오간다. 치바의 초현실적인 공간 속에는 작가가 나무막대기와 파피에 마쉐 기법을 이용하여 만든 희끄무레하고 유령 같은 인물들이 뒤편으로 하염없이 펼쳐지는 자연 풍경을 배경 삼아 등장한다. 작가는 이 인물들에게 각기 고유한 생명을 부여하며, 그것들을 태우거나 데리고 함께 순례를 떠나는 등의 의식儀式 행위를 벌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그는 회화 작업을 위해 조각을 영적인(spiritual) 매체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인쇄 매체에서 수집한 이미지들로 가득한 테페이 가네우지의 콜라주 작업은 하나의 조각 언어를 예기하는 듯하다. 그의 콜라주는 2차원 공간에 표현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중력, 덩어리, 구조 등의 문제들을 건드릴 뿐 아니라 마치 소조처럼 재료를 덧붙여가는 방식으로 구축된다. <White Discharge>와 <Hakuchizu> 연작에서는 이 콜라주 작업이 3차원 공간으로 옮겨진다. 두 연작 모두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이 두꺼운 흰색 수지나 하얀 가루에 뒤덮인 채 집적된 모습을 연출한다.

사진작가 유키 기무라는 ‘발견된 사진’에 소위 “타아他我 ”와 “그림자”를 부여한 그녀의 주요 연작 <Post-disembodiment> (2006)을 소개한다. 사진 속 이미지에서 오려낸 형태를 본 따 만든 나무와 플렉스글래스 패널들은 사진 이미지 안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의 층들에 물질적 형태를 부여한다. 곧, 사진 이미지를 의미론적으로 파괴함과 동시에 사진을 위한 새로운 조각 언어를 구축하는 것이다.

코키 다나카의 작업은 물건과 행동의 관계를 탐색하는 비디오와 설치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의 비디오는 “별 일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평범한 물건을 가지고 행하는 간단한 제스처들을 기록한다. 그러나 영상의 반복적인 구성과 디테일에 쏟은 대단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 비디오들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의 세속적인 현상들을 주목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무심결에 행해지는 행동들에서 일정한 패턴과 기하학적 형태들이 튀어나오고, 그 결과 마냥 평범하게만 보였던 사물들은 변신을 한다. 그리고 그 일상적 순간들로부터 일종의 현현(顯現)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나카는 이렇게 인간과 사물의 관계뿐만 아니라 조각과 퍼포먼스 사이의 모호한 공간을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