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rome Zonder, Guidnol

    Jerome Zonder, Guidnol's Dust, Installation View, ONE AND J.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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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제롬 존더는 작업의 시각적 풍부함을 더하는 데 주력해왔다. 드로잉의 한계에 대한 철저한 탐색이 한층 두드러진 이번 전시는 인간 지각의 한계를 건드리며 그것과 공명한다. 특히 다양화된 작업과 인간의 정서적 반응에 대한 보다 세련된 접근을 선보임으로써, “기뇰의 먼지” 전은 흡사 우리에게 거짓말탐지기와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존더의 실험은 드로잉의 과잉을 축적하는 끊임없는 과정, 그것의 소재적, 형식적 실현으로 이루어진다. 재현의 코드들은 절묘하게 활용되어 급기야 소진되기에 이르고, 그 결과 재현은 파열한다. 형식적 기법들, 가령 목탄, 흑연, 먹, 에어로졸 페인트…. 등 역시 중첩에 중첩을 거듭한 끝에 결국 서로 뒤엉겨 융합되며, 날카로운 선들의 생채기도 거뜬히 감당할 만큼의 두툼한 밀도를 생성하기도 한다. 드로잉의 소진(곧잘 신체적 소진을 동반하는)은 서술을 낳고, 이야기의 소진은 드로잉을 낳는다.
이것이야말로 전체 체계를 움직이는 마찰이며, 알력이다. 이 연속적 불연속성의 과정을 통해 드로잉은 미리 계산된 첫발, 혹은 자기재생에 대한 의도적인 접근을 비껴 선다. 그림(예컨대, 유년기의 형상화)의 무구함은 이렇게 스스로의 코드를 초과함으로써 타락하고, 이어 저절로 생성되는 드로잉, 일종의 욕망하는 기계, 움직이는 신체, 형상화의 주체이자 동시에 객체인 무엇에게 자리를 내준다. 드로잉은 크기와 차원이라는 스스로의 한계들을 교묘히 회피한다. 다시 말해, 이야기는 내러티브의 재료를 제공하면서 얼굴 형상을 탄생시키고, 다시 이 가면은 표피에서 떨어져 나와 드로잉의 재료들로 구성된 대상이 되며, 다시 내러티브의 캐릭터가 된다. 드로잉의 끝을 향한 이 탐색은 비록 스스로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끝내 중단되지 않는다.
이 부단한 과잉이 체험되는 장소는 긴장의 공간들이다. 곧 코드들에 대한 철저한 기법적인 통제와 그것을 파괴하려는 의지 사이, 엄격과 나태 사이, 기본 형태단위와 구조(syntax)의 복수성 사이, 표면과 심층 사이, 드로잉의 계획(plan)과 차원(dimension) 사이, 상상력의 신체-주체와 내레이션의 객체 사이, 흑과 백 사이…… , 이 모든 사이들의 공간. 계속적인 긴장은 부조리한 폭력의 고통만큼이나 숭고한 안락을 제공하면서 각각의 인물에게 활기를 부여한다. 강렬하며 포괄적인 그의 드로잉은 긴장 지대, 탁월한 균형감 없이는 서 있을 수 없는 능선이다. 이 역학은 드로잉의 한계를 초월하며, 때로는 회색조 대비를 더욱 부각시키는 유색의 프레임까지 포섭하기도 한다. 모든 드로잉뿐만 아니라 그 사이의 간극에 내재한, 도무지 출구라고는 없는 이 끝없는 긴장은 대답 없는 질문만을 던질 뿐이다.
생산적인 실패를 수긍하는 것은 절망이 아니다. 끊임없는 추구에서 오는 황홀한 희열이 있을 뿐이다. 하나하나의 드로잉은 긴장의 매듭, 다시 말해 절대 풀리지 않고, 매번 다른 형태로 묶였으며, 발생 중인 사건 속에서 의미를 찾는 고르디오스의 매듭이다. 코드들의 얽히고설킴, 특히 내러티브는 그것이 말하려는 내용 이외에도 다양한 수준의 감정들이 필요하며, 그것을 획득하고자 한다. 모든 드로잉은 관객이 느껴야 할 사건이다. 드로잉의 정확성은 감각의 정확성 앞에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화면 어디에나 등장하는 얼굴들은 관객을 향한 이 의도적인 공감의 표출이며, 기호로서의 얼굴 미학에 대한 자연주의적 묘사를 내던진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보다 손쉬운 동일시의 방식도 포기한다. 하나하나 매듭을 닮은 이 치밀한 드로잉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을 한다.
프랙탈 논리를 따라, 각각의 부분은 전체를 포함하며 전체는 각 단위들을 품는다. 제롬 존더의 작품은 가장 동떨어진 이질성을 통해 최고의 동질성에 도달한다. 자율적이되 그러면서도 상호의존적인 그의 드로잉은 감각적 실험들 사이에 계속적인 관계를 설정한다. 드로잉이라는 이 사건들이 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비평적 공간이 만들어짐으로써 이다. 전체를 보는 통찰은 사후에나 모습을 드러낼 뿐인 일관성을 미리 보여준다. 관객들은 마치 별개의 현상들이 벌어지는 군도(群島)를 닮은 듯한 이 전시에서, 전체를 예상하지 않으며 스스로 생성되는, 그러나 그 복잡성 속에 이미 전체 세계를 잠재적으로 포함하고 있을 체계의 나뭇가지를 다시 그려보게 될 것이다.
내러티브적 사유와 추론적 사유 사이에서 공간을 극화하기, 유년기의 무게와 수수께끼 같은 패러디의 진지함을 연출하기. 때때로 이것은 세속적인 펑크음악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닮는다. 이 성스러운 공간의 검은 벽들 사이에서 관객은 영성을 경험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장면의 숭배자일 뿐 아니라, 특히 아이들 놀이의 배우이기도 하다. 십자가, 어마어마하게 초월적인 무엇의 이 수직적 현존은 물질적 차원을 입고 지상으로 추락하여 비밀스러움의 내재성을 한층 훌륭히 표현한다. 이 아이들 놀이에 참여한 관객들은 드로잉의 ‘에피퍼니epiphany’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농밀함에 자신의 정서적 한계를 시험 당할 것이다.
Lionel Hager

제롬존더 1974년 프랑스 파리 출생. 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Beaux Arts 졸업. 프랑스 파리 거주. 2008년 SICAF(Seoul International Cartoon and Animation Festival) 참여작가로 활동한 이력을 가진 제롬 존더는 만화와 순수미술을 오가며 작업의 시각적 풍부함을 더하는 데 주력해왔다.